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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차 고진
Keyword1.
메모
Editor.
고진
연극 사랑의 죽음으로부터 당신 손의 히든 카드로
지난 4일까지 ‘2025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으로 공연된 <사랑의 죽음. 피비린내가 눈에서 떠나지 않아. 후안 벨몬테>(이하 ‘사랑의 죽음’)는 한국 연극계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해 보였어요. 사회는 보수와 진보의 적절한 줄다리기를 통해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는데요. 언제나 어느 한 쪽으로의 치우침의 시기가 발생하고, 그것의 상대적 움직임이 크고 작은 사건 발생과 진일보를 만들어내지요. <사랑의 죽음>은 더 나은 세상으로의 노력에서 길을 잃어버린 듯한 ‘본질의 부재’를 타협 없이 신랄하게 말하는 작품이었어요.
다소 딱딱한 설명으로 글문을 열었는데요. <사랑의 죽음> 극본/연출/무대/배우를 모두 담당한 ‘안헬리카 리델(Angélica Liddell)’의 메모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그의 상황 설정과 연출, 발화 되는 말들은 사실 그렇게 어려운 것들이 아니었거든요. 즉발과 즉흥에 가까운 듯한 대사들, 가령 “아무도 널 사랑하지 않아, 아무도!”는 생생한 감정에 기댄 메모가 아니었다면 대본 안에 섞여 있을 수 없었을 거예요.
살아가면서 우리는 제법 아름다운 순간들을 맞이하고는 하지요. 그렇지만 우리의 기억 속을 더 많이 차지하고 있는 건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운, 불안한 조각들인 것 같고요… 한 번 사는 삶, 봄날의 개나리와 벚꽃이 더 많이 기억되면 좋겠는데 유독 지치도록 뜨거운 날이나 뼛속까지 얼어붙는 날들이 상흔으로 남는 것 같아요. 바로 이럴 때, 인간에게 주어진 ‘히든 카드’가 기록이 아닐까요? 삶이 너무 뻑뻑할 때, 내일이 나보다 무거울 때, 현실보다 어둠 속 꿈이 더 낫다고 생각될 때, 어쩌면 우리는 고통으로 잉태하는 예술의 시기 한복판에 잠시 배정된 것일지도 몰라요. 봄날이 비현실적이고 더 상처가 되는 분들에게, 혹은 봄날의 따뜻함이 조금 더 자비롭게 길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는 분들에게 막연한 엽서를 적어 보내고 있어요.
당신 손에 히든 카드가 있어요. 작은 공책을 열어 한 줄 메모부터 시작해보면 어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