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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차 엔슈

Keyword1.

메모

Editor.

엔슈

작은 새가 남긴 사랑의 메모

햇빛이 따뜻해지는 요즈음, 가장 자주 꺼내드는 것은 카메라다. 부서지는 햇살 아래 찡긋거리는 연인의 콧잔등 주름. 주인의 산뜻해진 옷차림에 덩달아 가벼워진 강아지의 발걸음. 눈 깜짝할 사이에 피고 지는 꽃잎들. 그런 사소한 것들을 렌즈에 기록하곤 한다. 인화된 사진에 담긴 순간들은 올해의 봄을 오래도록 기억할 메모가 된다.

카와시마 코토리(Kawashima Kotori)는 작은 새(코토리 ことり)라는 이름처럼 작고 가벼운 것들을 담아내는 사진작가다. 우리나라에서는 『미라이짱』이라는 사진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시골 소녀 미라이의 일상을 담은 사진들에는 특별한 장면이나 연출이 없다. 땀에 젖은 앞머리, 빨갛게 상기된 볼, 까만 눈동자에 잔뜩 고인 눈물방울. 아이는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그저 자기 세계에 집중한다. 코토리는 그런 아이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그 찰나를 조용히 사진으로 남긴다. 사진 속 장면들은 단지 기록이 아니라, 지나간 시간을 되짚는 마음의 메모처럼 다가온다. 그 메모 속에는 사소한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

코토리는 잡지 인터뷰에서 “나는 사라지는 것을 좋아해요”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사진은 그 문장과 딱 어울리는 세계를 담고 있다. 햇살이 감싸는 아이의 뒷모습, 숨결을 따라 하얗게 번지는 겨울 공기, 행인의 손길을 즐기는 고양이의 감긴 눈. 그는 거창한 장면 대신, 순간을 스쳐가는 미묘한 감정의 결을 포착한다. 코토리는 인물의 시선을 카메라로 마주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피사체는 어딘가를 바라보거나 등을 보이고 있다. 찍히는 것도, 찍는 것도 의식하지 않는 비의도적이고 자연스러운 순간들. 그래서인지 코토리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그 장면과 닮은 나의 기억들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카와시마는 종종 ‘메모처럼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말보다 빨리 사라지는 표정과 감정을 기억하려는 시도. 그건 어쩌면 흘러가는 것들에 대한 작은 저항일지도 모른다. 메모를 하지 않아 놓친 영감은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사진 역시 좋은 순간을 놓치면 다신 그 장면을 포착할 수 없게 된다. 오늘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을 사진이라는 찰나의 메모로 남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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