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로 남긴 아티스트의 한 마디

음악과 관련해서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싶을 때 평론을 찾아보거나 매거진을 살펴보기도 하지만, 때론 아티스트의 인터뷰에서 부터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음악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해준 아티스트들의 몇몇 말들을 공유해보려 한다.

1. ‘도망가자’를 만들 때의 마음 - 선우정아
“도망가자를 만들 때 제 주변에 세 명 정도가 되게 안 좋은 상황이었어요. 저는 사실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시간이었거든요. 그런데 주변의 아끼는 사람들이 힘드니까 하나도 안 좋은 거에요. ‘나 혼자 잘 살아도 아무 의미가 없구나’ 그걸 진짜 크게 느꼈어요. 그냥 ‘언제 우연히 이 노래를 듣게 됐을 때 진짜 큰 울림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이 회복으로 이어지는 울림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도망가자’를 완성했어요.” (from 스페이스 공감 ‘명반 시리즈’ 인터뷰)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전달한 ‘도망가자’라는 곡이 그냥 탄생한 것이 아니었구나. 이런 간절하고 순수한 마음이 있었기에 이런 곡이 탄생할 수 있었음을 알고 또 다르게 이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아요.

2. 링고 스타에 대해 - 폴 메카트니
“많은 밴드들이 드러머를 쳐다보며 어떻게 할 것인지 살펴보곤 하죠. 좀 더 빠르게 칠지, 느리게 칠지, 힘을 더 할 건지를 지켜봐야 하니까요. 하지만 링고가 뒤에서 드럼을 치고 있으면, 그냥 링고는 거기 있는 거에요. 우리가 쳐다볼 필요가 없죠.” (from 2015 록앤롤 명예의 전당 헌액 행사)
전설적인 밴드 비틀즈를 함께한 동료 폴의 이 말만큼 링고의 역할을 멋지게 설명한 방법이 또 있을까요. 얼핏 들으면 단순해보이지만, 결국 가장 멋있는 드럼을 선보인 링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한 발언이었어요. 노래를 들을 때 결국 기교가 아니라, 어떤 조화로움을 선보이는 지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발언이어서, 꼭 기억하려 기록해뒀었어요.

3. ‘힙합의 다음 세대를 대표하는 스타가 필요하다’라는 의견에 대해 - 더 콰이엇
“그게 당연히 맞는 말이거든요? 스타는 자연 발생적인게 아니고요, 그건 사람과 시대가 원해서 나타나는 것에 더 가깝거든요? 근데 ‘스타가 안 나온다’라는 것은 그걸 안 원한다는 거예요 이 시대가” (from 머니 코드 인터뷰)
음악과 문화의 커다란 유행이 어떻게 흘러갔고, 그 역사가 어떠했으며 앞으로는 어떨 것인지를 너무 담백하게 담아낸 답변이라, 음악의 유행이 바뀌고 그에 따른 새로운 스타가 등장했을 때마다 대중들이 ‘이 스타의 어떤 점을 바래왔던 걸까? 어떤 마음이 숨겨져 있던 걸까?’와 관련된 해석을 해보려는 것이 더 적절한 접근법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려준 답변이었습니다.

4. 앨범 제목을 ‘팔레트’로 골랐던 이유에 대해 - 아이유
“저는 어렸을 때 미술시간에 팔레트가 그림보다 더 예쁜 거에요. 하얀색 판에 여러 색깔들이 제각각 있고 이게 그림보다 더 예쁘다고 생각을 했어요. 팔레트가 작품 자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상태가 스물다섯 살의 나와 내가 만든 앨범과 비슷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from 팔레트 관련 좌표 인터뷰)
명확하게 좋은 앨범에는 명확한 기획이 들어있고, 명확한 기획 속에는 명확한 영감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그 동안은 ‘왜 이런 제목을 지었을까?’와 관련한 고민을 해보지 않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아티스트의 앨범 명, 곡 명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도 좋아하는 음악을 더 깊게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구나 싶었어요. 또 아이유의 이런 구석들이, 제가 아이유 팬을 오랫동안 하는 이유였구나를 새삼 확인하게 된 인터뷰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이 말을 적어두고, 종종 돌아보면서 아이유의 행보를 떠올리고, 거기서 긍정적인 에너지 또는 차분한 에너지를 얻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