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Create Your First Project

Start adding your projects to your portfolio. Click on "Manage Projects" to get started

1주차 이응

Keyword1.

메모

Editor.

이응

의심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해야 할 일은, 더 구덩이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 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이다.”

영화 <메기>는 주인공 윤영이 일하는 병원에서 불법 촬영된 엑스레이 사진이 퍼지는 사건으로 시작됩니다. 누가 찍었는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고 모두가 서로를 의심하죠. 걷잡을 수 없는 의심에 사람들 사이의 신뢰는 무너져갑니다. 영화는 불안과 편견, 확증 편향이 얽힌 의심이 어떻게 오판과 갈등을 낳는지를 보여줍니다.

등장인물들은 계속 의심과 믿음 사이에서 흔들립니다. 커플링을 잃어버린 성원은 동료의 반지를 의심하며 손에 끼워보지만 맞지 않아요. 의심이 무색해지는 순간입니다. 병원 부원장과 윤영은 사과를 깎다 칼에 찔렸다는 환자를 범죄자로 의심합니다. 환자의 몸에선 총알이 발견되고 의심은 사실로 드러납니다. 같은 ‘의심’이라도 어떤 건 헛된 추측으로 끝나고, 어떤 건 진실을
밝혀내요.

그러던 어느 날 윤영을 뒤흔드는 일이 발생합니다. 성원의 전 여자친구가 성원에게 폭력을 당한 적 있다고 밝힌 것인데요. 윤영은 성원을 믿고 싶지만 동시에 그가 자신에게도 폭력을 휘두를 수 있다는 불안에 휩싸입니다. 윤영의 머리속은 이런저런 생각으로 괴롭고 의심은 커져만 갑니다. 결국 성원에게 직접 사실을 묻고 그는 과거의 폭력을 인정해요.

이런 상황들, 낯설지 않죠. 우리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누군가의 말투 하나, 표정 하나에 예민해져 의심이 증폭되기도 합니다. <메기>는 그런 의심 자체를 부정하지 않아요. 때로는 의심이 진실을 드러내고, 잘못된 믿음을 깨뜨리는 계기가 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그 판단이 감정에 휘둘릴 때 생깁니다. 감정의 구덩이가 깊어지면, 밖에 있는 진실이 보이지 않거든요. 윤영이 발견한 메모는 그런 순간에 꺼내 읽어야 할 조언처럼 다가옵니다. 감정과 판단을 분리하고, 한 걸음 떨어져 자신과 상황을 바라보는 태도. 때로는 그런 태도를 일깨우는 게 바로 우연히 마주친 한 장의 메모기도 해요.

영화는 그걸 담담히 보여줍니다. 빠져나와야 할 구덩이 속에 스스로를 더 묻지 않기를. 결국 거기서 나올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라는 걸요.

리에이크매거진 미니로고

주식회사 리에이크 | Copyright © ryake. All rights reserved.

  • Instagram
  • YouTube
  • TikTok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