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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넘어서, 서로의 아픔을 공유한다는 것
올해의 봄은 추위가 유독 오래 가는 듯해요. 하지만 우리는 한겨울에도 언젠간 봄이 올 것이라 믿었고 실제로 기온은 점점 상승하고 있습니다. 5월, 봄의 초입에 읽게 된 최현진 작가의 장편 소설 ‘스파클’ 또한 비슷한 서사를 갖고 있어요. 이 소설은 저마다의 아픔을 보유한 채 혹독한 겨울을 보내던 청춘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를 맺으며 오래 짊어졌던 불안을 떨쳐내는 내용을 담고 있죠. 세상에서 아픔과 상처를 얻은 이들이 괜찮아지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나를 알아주는 사람과 함께라면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기에 한층 편해지니까요. 그렇다면, 난생처음 보는 사이였던 이들이 이토록 깊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요?
매 챕터 제목이 수학적 혹은 과학적 지식으로 이루어진 특별한 책, ‘스파클’에는 다른 책과 달리 특이한 점이 있어요. 소설의 주인공 ‘배우리’는 5년 전 사고로 인해 각막을 이식받은 채 살아가는데요. 가족은 동일한 사고로 인해 식물인간이 된 남동생을 간호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덕분에 유리는 온통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에 따라 늘 우울해하던 유리는 어느 날 각막 기증자를 알고 싶어져, 뉴스를 뒤져 ‘이영준’이라는 사람을 찾아냅니다. 어느새 기증자에게 편지를 보내는 사이트까지 찾아낸 유리는 영준에게 편지를 보낸 이가 있을까 둘러보는데요. 그곳에는 비슷한 아픔을 가진 아이, ‘이시온’이 있었습니다.
시온은 폐 섬유화가 진행되고 있어 늘 병실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던 아이였습니다. 그런 시온에게 영준은 가장 친한 형이었고, 친구들이 병실에서 하나둘씩 사라질 때 희망을 잃지 말라고 말해준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먼저 떠난 형에게 보낸 편지이자, 동시에 그와의 추억을 잊지 못한 본인에게 보내는 메모를 몇 년씩이나 써 내려갔습니다. 물론 아무도 읽지 못할 거로 생각했을 거예요. 하지만 기증자를 알고 싶어졌고, 그를 추모하고 싶어졌고, 그가 가진 추억들을 파헤치고 싶어 하는 유리가 이를 읽음으로써 메모는 더 이상 혼잣말이 아니게 됩니다. 유리는 시온을 직접 만나러 가 그의 이야기에 경청합니다. 홀로 써 내려간 자그마한 메모를 누군가 찾아줌으로써 과거에 매여있던 현재가 변화하고, 미래가 희망적으로 바뀐 것이죠.
어딘가로 기울어지는 건
수평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라는 걸 알았어
(스파클, pg 192)
소설 끝자락, 이들은 내적인 성장을 이루어냅니다. 물론 주변 환경 또한 긍정적으로 변화하죠. 마치 모든 고난은 행복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처럼요. 이 모든 변화에는 시온의 메모가 큰 역할을 했다는 걸 강조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에게도 힘들고 외로웠던 기억이 있을 거예요. 누구에게나 고유한 아픔이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이를 꾹꾹 참고 홀로 썩히는 대신, 아무도 읽지 않을 글로서라도 써내려가면 속이 한결 편해질 거예요. 또 혹시 모르잖아요. 알아달라는 심정으로 쏟아낸 마음을, 책 속의 유리처럼 다정한 사람이 나타나 주워담아줄 수도 있는 걸요.
그러니 지금, 이 순간, 누군가 알아줬으면 하는 당신만의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