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음 수집가의 말

여러분은 어떤 방식의 기록을 좋아하시나요?
우리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사진을 실시간으로 올릴 수도 있고,
아날로그 감성의 필름 카메라로 순간을 포착할 수도 있겠지요.

작년에 저는 처음으로 유럽에 다녀왔습니다. 겨울이었기 때문에 따듯한 나라인 스페인을 골랐는데요. 주변 사람들이 어째서 스페인이냐고 물었을 때는 달리 할 말이 없었습니다. 돈키호테의 나라, 윤식당, 플라멩코와 타파스? 이처럼 그럴싸한 이유가 있었다면 더 근사했겠지만…… 정말 날씨만 보고 선택했는걸요.

처음 가본 스페인은 정말 좋았어요. 사실 스페인이 아니었더라도 좋았을 거예요. 그래도 스페인이라서 더 좋은 점이 많았고 여행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싶었어요. 저는 사진으로 동영상으로 메모장 어플로 열심히 기록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흐려질 여행의 순간을 붙잡기 위한 애씀이었지요. 정말이지 나중에 돌아와서 보니 기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바르셀로나에서 세비야로 이동하는 열차 안. 평소라면 등을 기대자마자 잠들었겠지만 낮잠 대신 가방 속 책 한 권을 꺼냈습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집중력이 깨졌고 제가 있는 칸은 여러 사람들의 소리가 뒤섞이기 시작했습니다. 겉보기에 특별한 것 없는 내부였지만, 굉장히 많은 소리들이 열차를 채우고 있었어요. 일행에게 깔깔 웃으며 말하는 남자. 계속해서 재채기를 멈추지 못하는 청년. 혼잣말처럼 똑같은 노래를 흥얼거리는 여자 아이.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가 반복되고 있을 때, 어째서였을까요? 그 순간 저는 사진이나 동영상이 아닌 음성 녹음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열차에서 내린 이후로 저는 소리를 수집하며 돌아다녔습니다. 물론 오디오 파일에는 소음뿐이었어요. 하지만 그 속에 있어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알고 있죠. 그것이 단순한 노이즈만은 아니라는 사실을요.

사진과 동영상만큼 간편한 기록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가끔은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에 집중하는 방식도 좋은 것 같습니다.

낯선 여행지가 아닌 일상에서도 소리를 수집해 보는 건 어떨까요? 해석할 수 없는 소리들이 특별한 메모가 되기도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