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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차 쌤
Keyword2.
고백
Editor.
쌤
사랑이라 말하지 않고 사랑을 고백하는 방법
‘사랑해’라는 말이 저는 어딘가 어색합니다. ‘사랑해’라는 말을 할 때면 입안이 까끌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죠. 이 감정이 과연 ‘사랑’이라는 단어에 걸 맞는지 확신이 안 듭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말하는 것’이 아닌 ‘보여주고’ ‘느껴지게’ 만드는 것들에 마음이 더 가곤 합니다. 그리고 얼마 전, 저는 그런 사랑을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보여주는 사진들을 만났습니다. 영국 사진작가 에마 하디의 ‘Permissions’라는 프로젝트인데요. 그녀는 20년 동안 자신이 살던 집에서 세 아이와 어머니의 일상을 찍었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날들의 풍경을요.
최애 드레스를 입은 딸이 사람들 사이에서 쇼핑백을 뒤집어쓴 모습, 아들이 친구와 함께 세차를 도와준 뒤 젖은 천을 양손으로 들어 말리는 모습 등. 평범한 일상인데, 어쩐지 자꾸만 눈길이 갑니다. 억지로 꾸미려 해도 만들 수 없는 장면이라서일까요. 그 순간의 감정이 잔잔한 파도처럼 저에게도 스미는 기분이었습니다. 특히, <O What a Beautiful Day!> 사진에선 저도 모르게 웃고 있었는데요. 너른 들판에서 신나게 뛰어오르는 막내딸, 그리고 프레임 너머 셔터를 누르며 웃고 있었을 작가의 얼굴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사랑스러웠을지, 얼마나 행복했을지 그 마음이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사랑해’라는 고백이 사진에 분명하게 담겨있었죠.
그러고 보니, 저도 떠오르는 사진이 하나 있었습니다. 유치원 졸업식 날, 엄마가 저를 찍어준 사진인데요. 사진 속에는 카메라에 앞니가 빠진 얼굴을 들이밀며, 엄마를 놀리듯 말괄량이처럼 웃고 있는 저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그 사진을 보면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데요. 아마 그 사진을 찍던 엄마도 저의 모습을 보며 하디처럼 카메라 뒤에서 웃고 있었겠죠? 사진을 다시
보니 엄마의 어떤 마음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시간이 흐르며 하디의 아이들은 점점 프레임 밖으로 나아갔고, 집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하디는 더 깊어지고 많아진 사랑을 고백했습니다. 사진으로 말이죠. 어쩌면 어떤 고백은 말보다 장면으로 더 오래 남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신은 어떤 순간을 프레임에 담고 싶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