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Create Your First Project

Start adding your projects to your portfolio. Click on "Manage Projects" to get started

2주차 엔슈

Keyword2.

고백

Editor.

엔슈

사탕 아래 놓인 고백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Felix Gonzalez-Torres)의 작품 <Untitled (Portrait of Ross in L.A.)>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들이 사탕 더미 아래 조용히 쌓여 있다. 작가는 떠나보낸 연인의 무게만큼 사탕을 쌓아 올리고, 그것이 관객들의 손길에 하나씩 흩어지도록 허락한다. 전시가 지속되는 동안 사탕은 조금씩 사라지고 다시 채워지며, 끝없이 형태를 바꾼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이미 떠나버린 애인에 대한 기억과 사랑을 나누고자 했던 자신의 가장 깊은 고백을 조용히 사탕과 함께 관람객들의 손에 쥐어준다.

고백이란 마음 한 조각을 떼어내어 누군가의 손에 올려놓는 일이다. 그 순간 내 마음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 아닌 다른 이의 손 안에서 새로운 빛깔로 물들어간다. 고백은 돌이킬 수 없는 불완전한 행위이다. 받아들여질 수도, 혹은 바람에 흩어질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끊임없이 고백한다. 언젠가 사라질지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온전히 나의 터질듯한 감정을 나누고 싶어서.

곤잘레스-토레스의 사탕이 관객의 손에서 녹아 사라지듯, 고백 또한 누군가의 마음에 닿고 나면 본래의 형태를 잃는다. 그러나 그 상실은 새로운 관계의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고백은 결코 끝이 아닌, 다음을 위한 용기 있는 출발이다. 사라지면서도 달콤하게 녹아드는 사탕처럼, 그 여운은 깊고 오래도록 남는다. 작가는 사탕이라는 달콤한 매체를 통해 떠나간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을 세상에 고백하며, 관객들과 조용히 마음을 나누고자 한다.

그렇게 본다면 고백은 단지 개인적인 감정의 표현을 넘어, 잊히는 것들에 맞서 기억을 지속시키고자 하는 용기 있는 저항이다. 사탕을 통해 나누는 사랑과 기억은 관객의 손끝에서 또 다른 마음으로 흘러들며 고백은 그렇게 계속 확장된다. 그러므로 어쩌면 고백이란, 사랑을 세상에 가장 아름답고 용감하게 남기는 방식이 아닐까?

리에이크매거진 미니로고

주식회사 리에이크 | Copyright © ryake. All rights reserved.

  • Instagram
  • YouTube
  • TikTok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