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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차 초련
Keyword2.
고백
Editor.
초련
무성 고백
고백이라고 하면 흔히 누군가에게 말이나 글로 마음을 전하는 순간을 떠올린다. "좋아해", "미안해", "사실은 말이야…" 같은 것들. 그런데 꼭 저렇게 직접적으로 말해야만 고백일까?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내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꼭 직접적인 언어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비언어적인 표현으로도 충분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느낀 건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난 후였다.
도시 생활에 지친 혜원은 아무 말도 없이 훌쩍 고향으로 돌아온다. 아무도 없는 고향집에서 아무 말 없이 쌀을 씻어 밥을 앉히고, 손수 밭을 일구고, 소박한 재료로 소박한 음식을 만든다. 아는 사람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왔으면 ‘나 힘들다’며 땡깡 피워 볼만 한데 친구에게도, 엄마에게도,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도 “힘들다”고 소리내어 직접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혜원이 조용히 부엌에 서서 배추전을 부치고, 된장국을 끓이는 장면들을 보고 있으면 그 말이 들리는 것 같다. “나 안괜찮아. 너무 힘들었어. 그래서 돌아왔어.” 그런 중얼거림이 들린다.
고백은 커다란 감정을 확연히 드러내는, 꼭 특별한 일인 것만 같지만, 사실은 우리가 매일 조금씩 나도 모르게 하고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피곤한 하루 끝에 나를 위해 대충이라도 차려 먹는 한 끼, 잊고 지냈던 친구에게 보내는 ‘잘 지내냐?’는 한 마디, 혼자 침묵을 지키며 고요에 빠지는 시간. 말은 없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진심이 담겨 있다.
영화 속 혜원이 그랬다. 떠나간 엄마를 원망하면서도, 엄마의 레시피를 따라 음식을 만들고, 텃밭을 가꾸고, 시간을 쌓아간다. 말로는 하지 못한 수많은 감정들이 음식 냄새 속에 녹아 있었다. 그건 엄마를 향한 고백이기도 하고,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위로 같은 것이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누군가에게 솔직해지고 싶을 때 꼭 말을 꺼내진 못했다. 직접적인 ‘말’로 표현함으로써 관계를 망치거나 되려 전하고자 했던 의미와 멀어질까봐 겁이 났다. 그래서 오히려 조용히 좋아하는 음악을 틀거나, 갤러리 스크롤을 저 끝까지 올려 오래된 사진을 넘겨보거나, 이어폰 꽂은 채 발길 닿는대로 혼자 산책을 하면서 마음을 정리했다. 혹은 혜원처럼, 요리를 하며 내 손길을 따라 변하는 재료들을 바라보았다. 그게 나만의 고백이었다. 마음속에 가만히 품고 있는 어떤 감정을 인정하는 일, 그것도 충분히 고백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고백이 있다. 그리고 그 무성 고백은, 때론 더 오래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