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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차 고진
Keyword3.
여행
Editor.
고진
며칠씩 티비만 보고 사람이 싫어졌을 때 딱 좋은 일
‘며칠씩 티비만 봐요. 사람이 싫어졌어요. 알맹이만 쏙 빼먹고 지들 갈 길 가지요. 나 같은 호로자식도 그렇게는 살지 않아요. 이런 게 인간 살이면 예수님 저를 데려가세요.’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 중 한 명인 김일두씨의 ‘가난한 사람들’ 노랫말입니다. 김일두씨의 음악을 듣다 보면 어느 조용한 시골길을 걷게 되는 느낌이 드는데요. 특유의 털털함과 인생의 질곡이 섞인 것 같달까요.
저는 ‘안온하세요’ 같은 말들이 전혀 와닿지 않는 부류 중 한 명입니다. 다정과는 어떻게 해도 거리가 멀어요. 예쁘게 포장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물건을 정성껏 패키징 한 건 훌륭한 기획이라고 생각하기는 합니다만...) 그래서 김일두씨처럼 적당히 타협하지 않은 말에 가만히 멈춰 서게 됩니다. 거기에서는 부드러움을 포기한, 동일하게 재단하기-재단 당하기를 거부한 진실이 느껴지거든요. 당신들 눈에 멋있거나 말거나 이게 내가 걸어온 삶이라고, 하는 헤밍웨이적 기치로도 다가오고요.
이런 연장선에서 여행은 본래의 그 속성대로 ‘아니, 이게 뭐야’, ‘하는 수 없지’ 같은 의외성의 수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잘 아는 코스, 예상되는 즐거움보다 내 삶의 터전을 벗어난 그곳에서의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러면 김일두씨처럼 저렇게 날 것의 말이 흐르는 땀처럼 뚝뚝 떨어질 거예요. ‘케이시 맥키버 지네 고향에서 대단한 글쟁이 되어 가발 사업이 어쩌고 저쩌고 가끔 신제품 가발 보내요’ 보통 사람들은 여행을 자기 자신을 위해서 떠난다고 생각하는데요. 저 또한 그렇게 생각했었고요.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나 한 사람에게 집중되었던 시각이 넓어지는 시간이 여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현대인의 많은 문제는 자기 자신에게만 지나치게 몰두해있고, 나의 욕망만 생각하게 되는 지점 같아요. 주변 풍경이나 사람을 볼 여력이 없는 것이죠. 그런데 김일두씨의 노래에는 그의 이웃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주변 환경과 사람이 자신에게 끼치고 있는 영향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의 증언처럼 들릴 정도예요.
저도 여행이, 특히 저의 심장박동이나 스케줄, 모든 걱정을 뒤로할 느린 여행이 절실한데요.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여행길에 들어서서 자신으로부터 빠져나올 준비가 되셨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