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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차 수련 (1기)

Keyword3.

여행

Editor.

수련 (1기)

타인이라는 아득한 여행지로

여행이 타인의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과 무척이나 닮아있다는 생각, 해본 적 있나요? 낯선 여행지에서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것과 완벽한 타인을 알아가는 과정 모두 공통적으로 미지의 세계를 중심에 두고 있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곤 하는데요. 오늘 소개할 영화에서도 일상 속에서 타인과 교차하며 자기만의 여행을 떠나는 두 친구가 등장합니다.

1987년에 개봉한 에릭 로메르 감독의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 가지 모험>은 네 편의 에피소드를 통해 시골 소녀인 레네트(조엘 미쿠엘 분)와 도시 소녀 미라벨(제시카 포데 분)의 일상을 조명합니다. 휴가차 시골로 떠난 미라벨은 자전거가 고장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를 우연히 목격한 레네트는 그녀의 자전거를 고쳐주고 둘은 자연스럽게 레네트의 집으로 향합니다. 함께 식사를 하게 된 이들은 대화가 잘 통한다는 점을 깨닫습니다. 급속도로 친해진 두 사람은 새벽에 ‘블루 아워’를 보기도 하고, 동물에게 먹이를 주거나 산책도 하면서 우정의 토대를 만들게 됩니다.

미술 공부를 하기 위해 파리로 올라온 레네트는 미라벨의 제안으로 한 집에 살게 됩니다. 각자의 취향으로 꾸며놓은 방에서 드러나듯 두 사람의 성격은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레네트가 당차고 수다스러운 반면 미라벨은 시니컬하고 무뚝뚝했죠.

“동네를 아무리 돌아다녀도 일상은 매일 똑같아. 재밌는 일이 전혀 생기지 않아.”
“난 다 재밌던데? 집에 있어도 좋고 밖에 나가면 햇볕에 새들도 있고, 볼거리가 많잖아?”

가치관에서도 차이는 극명했습니다. 무례한 카페 직원을 상대하는 방법, 홈리스를 바라보는 시선, 옳고 그름의 기준 등 좁혀지지 않는 의견 차이로 두 사람은 언쟁해야만 했습니다. 레네트는 미라벨의 무신경함에 자주 화를 냈고, 미라벨은 레네트가 한 입 가지고 두 말하는 사람이라 여기죠. 사사건건 부딪히지만, 재밌는 점은 그럼에도 두 사람은 서로를 떠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독립적인 레네트는 미라벨 앞에서만큼은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나 고민을 서슴없이 털어놓을 수 있고, 일상에 따분함만 느끼던 미라벨은 레네트가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먼저 발 벗고 나설 만큼 용기를 낼 수 있기 때문이죠. 즉, 붙어 지내는 만큼 서로에게 거리감을 느끼지만, 동시에 그 거리감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채워주기에 함께 있기를 자처하게 되는 것입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우리는 레네트와 미라벨이 끝끝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엔딩 크레딧을 보며 저는 두 사람의 후일을 마음대로 상상하고 작은 바람 하나를 가져봅니다. 아마 레네트와 미라벨은 투닥거리면서도 서로를 목적지로 둔 여행을 쉽게 끝내지 않을 것이고,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구석구석 탐험하며 타인이라는 미지의 영역으로 거침없이 질주할 것이라고요.

설렘을 안고 도착한 여행지가 실망을 안겨주는 것처럼, 타인의 마음으로 향하는 여정이 늘 긍정적인 결과를 주지 않는다는 것. 너무나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몇 번이고 타인에게 기꺼이 뛰어듭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지만, 예기치 못한 작은 순간이 우리를 전보다 충만한 사람이 되게끔 이끌어준다는 것을 믿으니까요. 여러분의 여행은 지금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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