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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차 연못 (1기)
Keyword3.
여행
Editor.
연못 (1기)
여행과 여백은 한 글자 차이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워질 때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 다들 한 번쯤 해 보셨나요? 저는 일상에 권태감을 느낄 때마다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오는 편인데요. 그래서 늘 생각했어요. 여행은 내 삶을 잠시 내려놓고 탈출하는 것이라고요. 흔히들 여행을 일종의 ‘도피’로 여기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포르투를 다녀온 뒤 그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어요.
포르투 여행은 무계획 그 자체였어요. 준비한 것이라곤 왕복 비행기 티켓 한 장과 숙소가 전부였죠. 그렇게 무방비로 떠나 더 많은 일들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계획이 없다는 건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또 누구든 만날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한국에서 6년을 공부했다는 포르투갈 학생과 가벼운 대화를 나눴고,
사진을 찍던 중 장난스럽게 브이를 날리시던 할아버지와 같이 사진을 찍고,
‘김밥 에디션’이라며 와인을 포장해 주신 와인샵 사장님의 농담과
일몰 앞에서 스냅을 찍는 신혼부부를 보며 한마음 한뜻으로 환호하던 사람들.
모든 순간들이 뜻밖의 선물이었어요.
케이블카 탑승 마감 시간도 모르고 간 탓에 가파른 언덕을 올랐던 게 떠올라요. 숨이 차고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그 언덕 끝에서 마주한 풍경은 잊을 수 없어요. 그렇게 힘들게 오른 후, 포장해 온 음식에 숟가락이 없어 컵으로 밥을 퍼먹으면서도 친구랑 한참을 웃었네요.
어느 날은 언덕을 열심히 오르다 길을 잘못 들었다는 걸 깨닫고 뒤돌았다가 너무 아름다워 감탄하기도 했어요. 그때 친구가 말했어요. ‘잘못 오지 않았으면 보지 못했을 풍경이야.’ 그 말이 오래도록 남아요. 잘못 든 길은 실수가 아니었고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였던 거예요. 어쩌면 우리 삶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나의 선택이 먼 미래에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 주지 못해도, 그 순간에 머무르며 느끼고 경험한 것들이 나를 만드는 것이니까요.
새로운 세계로 발을 들이며 예상치 못한 순간들을 맞이하고, 세상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여백을 주는 것. 그게 바로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여행은 현실을 도피해 삶과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아주 가까이 맞닿아 있는 거죠.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의 삶에도 여백을 만들고 싶지 않으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