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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차 초련
Keyword3.
여행
Editor.
초련
긍정적 두려움
너는 그들을 모르고 그들도 너를 모르는
자유가 좋고
그 자유가 너무 좋고 좋은 것은
네가 허드슨 강을 흐르는
한 포기 모르는 구름 이상의 것이 아니라는
그것이 좋기 때문이다
......
모르는 나의 미지가 넓어지는 것도 좋아
- 김승희 <도미는 도마 위에서> 中 여행으로의 초대 (38p) -
스물 둘 2월. 첫 해외 땅을 혼자 밟아보던 때가 생각난다.
사실 일본이라 크게 다를 것 없는 환경이었던 터라 그리 낯설 것도 없었지만 캐리어 바퀴를 드륵드륵 굴리며 공항까지 가는 길이 참으로 긴장도 되더라.
나리타 공항에 내리자마자 느낀 첫 감정은 ‘긍정적 두려움’이었다. 아는 사람, 아는 동네 하나 없는 타국에 혼자 덜렁 서 있으니 내 몸뚱이 내가 간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번쩍 들었다. 동시에 '나 혼자 이런 것도 할 수 있어!'라는 자기효능감이 몰려왔다. 갓 스물도 아닌데 괜히 어른이 된 느낌에 실없이 웃음이 났다. 당장 공항에서 호텔까지 갈 수나 있을지 무서우면서도 어쩐지 해낼 수 있다는 느낌이 기분 좋았다.
두 번째로 느낀 감정은 ‘해방감’이었다. 내가 뭐 얼굴 알려진 연예인도 아닌데 아무도 날 모른다는 사실이 왜 그리도 짜릿했는지. 전날 밤샘한 탓에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잠시 눈붙이니 벌써 밤 11시. 기껏 왔는데 아깝다는 생각에 간단히 채비해서 산책하러 나갔다. 밤 11시에 일본 길거리를 혼자 걷다니. 뭔가 나쁜 짓을 하는 것만 같은 기분. 나를 무한정 풀어두는 기분. 약간은 긴장된 발걸음으로 새벽 거리를 걸어 다니고, 세상 별천지 신기한 돈키호테를 구경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 편의점에 들러 어색한 일본어를 더듬거리며 아이스크림과 맥주를 사고, 그 이름 모를 아이스크림과 함께 반신욕을 즐기고, 노곤하게 풀어진 몸으로 맥주 한 캔을 적시던 것. 내 머릿속에 그 모든 장면이 살아있다.
나는 내가 바뀌지 않고, 고정적인 환경이 잘 맞는 사람인 줄 알았다. 내가 겪어보지 않은 상황에 던져지는 것이 불편했고 그 속에서 어쩔 줄 모르고 동동거리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발진으로 비행기 티켓을 끊고 나니 남은 시간은 2주하고 며칠 뿐이었던걸 생각해 보면 스무살이 된 뒤부터 2년간 '내가 모르는 세상에 던져지는 마음가짐'을 연습해 왔을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를 벗어나 대학에 가고, 아르바이트라는 사회생활을 해보고, 전혀 다른 나이와 영역의 사람들을 만났던 것이 연습장 역할을 해준 것 같다. 일본에서 나 홀로 보낸 4박5일 동안의 내 성장은 마치 초등학교 시절 방학 끝나고 온 친구들의 키가 콩나물시루 자라듯 커져 있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르는 나의 미지가 넓어지는 것도 좋아" 학창 시절의 나였다면 절대 동의할 수 없었을 말이다. 하지만 이젠 너무나 동의. 백번 천번 만만번 동의! 앞으로도 저 멀리 수평선까지 넓어질 내 미지의 세계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