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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차 영영
Keyword4.
자유주제
Editor.
영영
내 취향은 너를 꾸준히 사랑하는 일
여러분은 꾸준하게 사랑하고 있는 취향이 있나요?
어느새 찾아온 여름에, 또 다시 국제도서전의 입구에 들어섰습니다. 이미 읽어버린 책들이 진열되어 있고, 익숙한 출판사의 부스들이 보이지만, 그 안에서 다시 만나는 문장들은 매번 다른 얼굴로 제게 말을 걸고 있는 듯합니다. 이 책을 향한 반복되는 발걸음이 지루하지 않은 건, 제가 여전히 책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취향을 만들어가는 일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과 참 닮아 있습니다. 어쩌면 취향은 끝나지 않는 짝사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원하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그 사랑이 늘 같은 온도와 형태를 가진 것이 아니더라도, 저는 여전히 그 앞에 서 있는 것만 같습니다. 이미 펼쳐보았던 책을 다시 들춰보고, 익숙한 문장을 다시 적어보며, 낯익은 책의 공간 속 계단을 천천히 올라갑니다. 물론 늘 같은 척도와 높낮이의 꾸준함으로 사랑하지는 못합니다. 어떤 날은 책을 애정하는 일이 힘들게 느껴지고, 또 어떤 날은 기꺼이 벅차오를 만큼 책이 사랑스럽기도 합니다. 가끔은 울고 싶을 정도로 펼칠 종이들이 무겁게 느껴져도, 책에 대한 마음이 너무 커다랗게 느껴질 때면 아무 말 없이 그 사랑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조용히 감상해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책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꿈꾸게 됩니다. 그저 책을 좋아하는 마음이 하루하루의 공간과 시간을 잠식해나가기를, 그러다 결국 나라는 존재와 완전히 겹쳐지기를 바랍니다.
기꺼이 묵묵한 걸음을 택한 사람은, 걷는 기술이 아니라 지치지 않는 마음을 배웁니다. 씨앗은 살갗이 찢겨 나가며 자랍니다. 동공이 탈 것 같은 볕을 견디고, 뼈마디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장마를 통과하며, 그 모든 고통을 껴안은 채 가장 찬란한 색의 꽃으로 피어납니다. 모든 시간을 꾸준히 사랑해 낸 꽃과 같은 저의 취향을 가만히 바라봅니다.여름이 오면, 우리는 어느새 더위와의 싸움에 몰두하곤 합니다. 그러다 잊어버립니다. 우리가 어떻게 봄을 지켜냈는지, 얼마나 조심스럽고 다정하게 그 초록을 틔워냈는지를. 저는 그 초록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직접 선택하고, 감각하고, 기꺼이 불편해지며 만들어낸 이 취향을. 삶의 궤도를 조금씩 비틀며, 아비투스 가운데 꾸준히 사랑하여 손에 쥔 초록과 같은 무언가를.
그 꾸준한 사랑을, ‘취향’이라 부를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