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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차 힌무

Keyword4.

자유주제

Editor.

힌무

여름의 한가운데서 겨울 생각

겨울, 좋아하시나요?

이렇게 덥고 습하고 장마가 시작된 여름이면 정반대의 계절인 겨울이 흐릿해지고는 합니다. 한기에 몸이 움츠러들고 피부가 푸석해지는 계절이 희미하게 느껴지죠. 청바지에 다리를 넣을 때 뻣뻣한 감촉이나 샤워 후 손이 닿지 않아 등에 로션을 바르지 않으면 건조해지는 감각을 잊으신 건 아니겠지요. 여름은 너무 덥고 겨울은 너무 춥고, 참 이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더울수록 오늘은 겨울에 대해 말해보려고 해요.

두꺼운 옷은 너무 큰 부피를 만들어서, 여름철의 얇은 옷에 비해 상대방과 물리적인 거리가 생깁니다. 피부와 피부가 닿기까지 번거로움이 생기잖아요. 그러니 겨울이 고독의 상징인 건 불가피한데 어쩌면 고독이란 살갗의 감각에서 출발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저는 반소매 티셔츠와 시원한 바지를 입고 에어컨이 있는 카페에 와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 겨울에는 분명 억센 눈송이를 흠뻑 맞기도 했어요. 누구도 흔적을 남기지 않은 골목 위로 소복하게 쌓이는 눈을 밟으면서, 발자국의 영광을 선점하면서, 피부 위로 떨어지는 눈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것도 나쁘지 않구나 하고요. 다시 계절이 순환되어 찬 바람이 불기 전에 저는 마음의 준비를 할까 봐요. 이번 겨울은 얼마나 추울까? 미리 가늠을 하면서 말이죠.

여름과 겨울은 서로 반대되는 계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날이 더우면 타인과의 접촉이 불쾌하지만 날이 추우면 타인과의 접촉이 간절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생존을 위해서요. 그렇지 않나요? 다른 사람을 껴안았을 때 전해지는 온도는 단순히 따뜻하다, 미지근하다, 이런 식으로 표현하기는 어렵고요. 다만 저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누군가를 끌어안거나 혹은 안기는 순간에…… 징그럽지만 이 감각을 오래전부터 그리워했다는 사실을요. 오랜 시간 잊고 있었기 때문에 잊고 있었다는 자각이 불가능했을 뿐이라는 것을요. 그러니 이렇게 몹시 더운 날, 겨울이 되면 혼자만의 포옹이라도 하자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기 시작하는 여름의 한가운데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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