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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차 연못
Keyword3.
자유 주제
Editor.
연못
취향은 우리 삶의 조각들
에디터 클럽 활동을 관통하는 주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취향이에요. 제 취향은 영화라고 명시해 두었지만 근본적으로 ‘취향이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활동 기간 동안의 개인적인 목표였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 취향의 시작점을 되짚어보며 찾아낸 답을 여러분께도 소개하고자 합니다.
사전적으로 취향은 개인이 선호하는 성향이나 경향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저는 취향이 단순한 선호가 아닌 우리 삶의 조각이 모여서 만든 집합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각기 다른 조각들이 자연스럽게 내 마음 속에 스며드는 것이죠.
보통 취향이라고 하면 특정 장르나 스타일을 떠올리지만, 제 취향은 ‘영화’라는 매체 그 자체입니다. 장르를 넘어 영화를 구성하는 전반적인 요소가 만들어 내는 감정을 발견하는 과정이 좋아요. 잘 만든 영화는 잘 만든 대로, 그렇지 못한 영화는 또 그런 대로 나름의 개성과 의도를 찾는 재미가 있거든요.
그렇다면 우리는 취향을 어떻게 갖게 될까요?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해서일 수도 있고 부모님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 겁니다. 혹은 지난 주제였던 ‘호기심’ 때문일 수도 있죠. 제가 영화를 취향으로 삼게 된 건 영화를 좋아하시는 부모님의 영향이 가장 컸는데요. 제게 취향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 세 편을 들고 와 보았어요.
1.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은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가장 많이 보여 주시던 영화입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화면 속 신비로운 세계에 푹 빠져 몇 번이고 다시 보여 달라 졸랐던 기억이 나요.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치히로가 하쿠를 뒤로 한 채, 터널을 빠져 나와서야 마침내 뒤를 돌아보는 장면은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감정이 듭니다. 어렸을 때는 ‘왜 하쿠는 두고 가는 거지?’ 싶었다면 학생 때는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을 떠올렸고요. 성인이 된 지금은 더 나아가서 지난날 두고 온 많은 것들을 뒤돌아보게 되었어요. 나이와 이 영화를 보며 흘리는 눈물의 양은 정비례하는 듯합니다.
2. 괴물(2006)은 한국 영화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작품 중 하나죠. 개봉 당시 부모님과 영화관에서 관람했는데, 아주 어릴 때라 기괴하게 생긴 괴물이 날뛰며 사람들을 공격하는 장면만 기억에 남더라고요. 그 충격으로 한동안 괴물이라는 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성인이 되어 봤을 때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영화 속 진짜 괴물은 괴생명체가 아닌 약자를 짓밟는 인간들이었어요. 개봉한 지 20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 이 영화는 마치 다큐멘터리 같습니다. 그만큼 현실 비판을 아주 잘 담아낸 영화라고 덧붙이고 싶어요.
3.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2007) 역시 아버지께서 자주 보여 주시던 영화입니다. 기억이 흐릿해져 최근 다시 감상했는데 이제야 영화 속의 웃음 코드가 이해되기 시작했어요. ‘팝콘 무비’로서의 만듦새가 뛰어나지만 특히 영화 속에 비디오 영상을 자연스럽게 활용한 점이 눈에 띕니다. 미스터 빈이 캠코를 사용해 여행을 기록하는 장면이 영화에서 많이 사용되었는데요. 이러한 기법은 현대 영화에서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흔히 쓰이지만, 당시에는 제법 독특한 시도였습니다. 아무래도 전문 촬영 장비가 아니다 보니 투박한 감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영화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억들을 꺼내 보았습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영화를 취향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영화를 잘 알고 있는가 고민이 많았어요. 좋은 영화를 보면 수 많은 단어들이 머릿속을 떠다니지만, 결국 ‘좋다…’라는 감상 이상의 무언가를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좋아하는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틀어 두고, 좋아하는 영화를 소개하는 나의 문장을 적어 내려가는 시간을 가지면서 깨달았어요. 어느샌가 내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 좋아하는 이유 없이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 탐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 그게 바로 취향이라는 것을요. 이제 제 취향은 영화라고 자신 있게 말해 보려고 합니다. 여러분의 취향은 무엇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