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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차 청피

Keyword3.

자유 주제

Editor.

청피

나이를 먹을수록 참는 일이 많아집니다. 불의에 부딪혀 화를 내봤자 손해를 보고, 살을 부대끼던 혈육들과 싸워봐야 내 살만 깎아먹게 되고, 사랑을 잔뜩 퍼줘도 상처만 받게 되는 그런 일 말입니다. 영원한 그리움을 참아내고, 나의 한계를 깨달으며 우주보다 넓을 것 같던 나의 세계는 한풀씩 작아집니다.

술은 그런 시간 속에서, 깊이 묻어두었던 나에게 솔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마법 같은 위로를 주는 술에 대한 큐레이션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저의 주제를 잡게 되었습니다. 사실 프로필에 적었던 ‘술과 예술’이라는 키워드는 예정에 없었습니다. 갑자기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후회했어요. 두 개 모두 어려운 주제더라고요.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은 했는데 어떠셨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글을 쓸 때 진심을 다해 쓰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진심이라는 것은 보장합니다! 참고로 술을 먹고 쓴 적은 없습니다.

마지막 글에서는 저처럼 진심을 다해 쌀의 정수를 꾹꾹 눌러 담은 술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쇠락해가던 아사히주조를 살린 사케로, 맛에 대한 타협 없이 공을 들여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바로 닷사이 준마이 다이긴죠 23입니다. 여기서 23은 쌀의 77%를 깎아내고 23%만 남겼음을 의미합니다. 솔직히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만, 쌀의 영혼을 깎아서(?) 만들어서인지 술맛은 정말 기가 막힙니다. 깔끔한 발효 곡주 향기가 향긋하고, 전혀 뒷맛이 남지 않는답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맛이라 어쩌면 특별하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기본 중의 기본을 제대로 하는 술인지라, 이 정교함을 따라잡기는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가로 한 병에 15만원~18만원 정도로 쉬운 가격은 아니지만, 특별한 날에 소중한 사람들과 한 잔 하기 좋습니다.

과한 음주는 나에게도, 남에게도 상처를 줍니다. 하지만 적절한 음주는 우리의 깊은 마음속에서 고개 내밀지 못하고 있던 자신을 끌어주는 묘약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고단한 일상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술의 묘미를 많은 분들과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곧 만나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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