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낭만을 사랑하는 20대 여자입니다.
저는 낭만을 주식이라 여길 만큼 답답한 일상에서 소박한 낭만을 채우길 즐기는 사람입니다. 그것만큼 단단한 해방구가 또 없거든요.
저의 낭만을 채워주는데 일조한 사람을 말하라면 아빠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저희 아빠는 비틀즈와 김광석, 이소라를 사랑하는 분이십니다. 어릴 적부터 아빠의 플레이리스트를 듣고 자란 터라, 제 취향의 일부분은 거의 아빠와 꼭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분위기의 노래를 찾으면 먼저 아빠에게 알려드리곤 한답니다.
때는 안타깝게도 제가 우울증으로 많이 힘들었던 시기였습니다. 그때 저는 부모님 댁에서 요양을 하며 하루하루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있었고,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아빠는 그런 제 모습을 보며 몰래 눈물을 삼키시곤 했습니다.
당시 아빠가 아픈 저를 위해 한 일은 맛있는 밥을 손수 차려서 먹이는 일, 그리고 저와 아빠가 사랑하는 노래를 마음껏 틀어놓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평소 시대나 장르를 따지지 않고 마음이 꽂히는 음악은 전부 들었는데, 그때 제가 찾은 곡이 존 덴버의 'Annie's Song'이었습니다. 소파에 누워서 홀로 이 노래를 듣던 저에게 아빠가 다가오더니 "네가 이 노래를 어떻게 알아? 넌 역시 나랑 뭔가 통하는 게 있구나."하며 무척 반가워하셨습니다.
우리는 소파에서 햇살을 쬐며 존 덴버의 노래를 무한반복해서 들었습니다. 불안과 우울함으로 마음 편할 날이 없던 저는 아빠와 함께 음악을 감상하는 그때, 처음으로 따스한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그 이후로 저의 병은 점점 호전되었고, 아빠와 저는 'Annie's Song'이라는 연결고리로 인해 더욱 돈독하고 다정한 부녀 사이가 되었습니다.
이따금씩 본가에 가는 날, 아빠와 단둘이 드라이브를 하거나 거실에서 대화를 나눌 때면 저는 이 노래를 반드시 재생합니다.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시절을 지나 단단한 관계를 형성하게 해준 존 덴버의 노래는 이제 우리 부녀의 서사를 대표하는 곡이 되어버렸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서사를 떠올리게 하는 노래가 있나요? 있다면 꼭 알고 싶습니다. 저와 아빠의 사랑이 묻어나는 곡을 추천하면서, 여러분의 사랑이 해사하게 웃을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