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를 바라볼 때마다 여름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새빨간 껍질 속에 담긴 것은 단순한 과육이 아니라,
뜨거운 계절의 정열과 청춘의 순간들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준비한 '인토뷰(Inside Tomato View)' 시리즈.
토마토를 둘러싼 다채로운 관점들을 들여다봅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토마토 컵라면』, 『여름 피치 스파클링』 등으로
여름의 감각을 시로 담아낸 차정은 시인과 함께합니다.
"삼킬 수 없는 사랑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고 토마토를 표현한 그의 시선에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먹지도 못하는 토마토에서 강렬한 사랑의 빛을 발견해낸 시인의 이야기.
연두색부터 빨간색까지, 토마토가 익어가는 과정에서 찾아낸 청춘의 단계들.
그리고 편의점 얼음 컵 하나에서도 낭만을 발견하는 그만의 취향까지.
차정은 시인이 들려주는 토마토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만나보세요.
#여름 🏖
『토마토 컵라면』, 『여름 피치 스파클링』, 『유쾌한 워터멜론』 등 여름을 담은 시집을 많이 출간하시고, ‘내 인생의 꽃말’을 ‘여름’(한낱 여름 따위에 익사하고)이라 소개하실만큼 여름을 무척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여름’을 사랑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강렬한 계절에 사랑이 적셔졌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뜨겁게 내리쬐는 더위가 여름의 순간을 사랑하게 만들었어요. 저는 사랑하는 것들이 정말 많은데, 여름의 무더위와 정열의 에너지가 사랑하는 것들을 더 사랑하게 만들어주었어요. 여름은 빛, 향기, 온도 같은 모든 감각이 가장 진하게 다가오는 계절이라고 생각해요. 땀줄기가 흐르는 순간조차 선명하게 기억에 남고, 그 농도가 여름을 사랑하게 만들었어요.

#낭만과 취향 📸
「낭만 리스트 - 태양이 증식한 바다로부터」(토마토 컵라면)를 읽으며 낭만과 취향을 발견하는 리에이크 매거진에서 꼭 소개하고 싶더라고요! 이 시에 그려진 ‘낭만’에 대한 이미지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작가님의 경험 중에서 가장 낭만적이었던 순간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저는 낭만을 아는 사람을 좋아해요. ‘굳이’라는 단어를 붙여 사랑하는 것을 해낼 수 있는 사람처럼요.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해요. 특별한 이벤트보다 아주 평범한 순간에서 낭만을 발견하는 것 같아요. 편의점에서 얼음 컵 하나 나눠 들고 콜라를 부어 마시던 여름밤 같은 것들이요. 소박하지만 저는 그 속에서 낭만을 찾는 것 같아요. 담백하게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반짝일 수 있는 순간들을 좋아해요. 토마토 컵라면에 수록된 <낭만 리스트> 또한 제가 사랑하는 일상의 순간을 녹여 담았어요.

작가님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 요즘 빠져있는 것, 무엇이라도 좋아요. 작가님의 취향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자유롭게 소개해주세요.
반짝반짝 빛나는 것들을 가장 사랑해요. 인터뷰를 진행할 때마다 언급하는 부분이지만, 저는 빛이 나는 것들이 뿜어내는 매력을 정말 사랑해요. 그것이 실체던, 감정적으로 느끼는 것이든요.
실체적으로는 유리에 반사된 형광등, 노을이 지기 전 창문에 반사된 빛 같은 게 있을 것 같아요. 감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꿈을 꾸는 이들의 빛나는 눈동자, 사랑하는 것을 바라볼 떄의 설렘처럼요.
빛이 나는 게 하나의 장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만큼 빛나는 것들을 사랑할 수 있는 변수는 다양한 것 같아요. 제 작품에도 빛나는 것들의 매력을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혼란스럽고 답답한 일상에서 잠시라도 반짝거릴 수 있는, 가벼운 쉼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에요.

#토마토 🍅
작가님의 토마토에는 여름과 사랑, 청춘이 모두 담겨있는 것 같아요.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토마토를 이렇게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 본 계기가 있을까요?
사실 저는 토마토를 정말 좋아하지 않아요. 어렸을 때부터 못 먹는 음식 하나씩 있지 않나요? 저는 그게 토마토였어요. 먹지도 못하는 데다 향도 싫어하는 편이에요. 그럼에도 토마토의 새빨간 색을 바라보고 있으면 누구나 여름을 떠올리게 된다고 생각했어요. 삼킬 수 없는 사랑을 바라보는 것 같았어요.
하루는 과일이 가득한 시장을 구경한 적이 있어요. 무척 더운 여름날이었는데, 시장의 조명이 토마토 한 팩을 빛나게 만들어주고 있었어요. 그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토마토에 반사된 빛들이 마치 사랑을 뿜어내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냥 그렇게 직감적으로 표면의 사랑을 느꼈던 것 같아요. 제가 사랑하는 청춘을 토마토가 뿜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토마토 컵라면』에는 새빨간 토마토의 이미지가 강렬한데요. 토마토는 무르익어가는 과정에서 연두색, 노란색, 주황색, 그리고 빨간색까지 정말 다양한 색깔을 띠잖아요. 작가님이 떠올린 연두색, 노란색, 주황색 토마토의 이미지는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이건 정말 처음 들어본 질문이라 즐거운 것 같아요. 늘 강렬한 토마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토마토의 성숙해지는 과정에 대한 생각이라니, 너무 좋은 질문인 것 같아요.
연두색의 토마토는 아직 미숙하고 풋풋한 상태인 것 같아요. 가능성이 가득하지만 서투른 시기의 제가 떠올라요.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요. 하지만 이때만 유지할 수 있는 단단하고 풋풋함 덕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 마음처럼 느껴져요.
노란색 토마토는 햇볕을 가득 머금은 웃음 같은 이미지예요. 한창 빛나고 있지만, 그 안에는 곧 변해갈 마음이 담겨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가장 찬란하면서도 가장 불안정한 순간을 닮은 것 같아요. 번데기의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주황색 토마토는 무르익어가는 과정의 열기가 될 것 같아요. 아직 붉지 않지만, 열정과 뜨거움이 스며든 상태, 여름의 정점으로 향하는 길목인 것 같아요.
종착지인 빨간 토마토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자면, 토마토가 마침내 도착한 결실이자 낭만일 것 같아요. 동시에 너무 빨리 무너질 수도 있는, 절정과 끝을 함께 안고 있는 색이요. 저에게는 가장 강렬하지만 덧없는 빛입니다.
‘토마토 코어’라는 단어도 생겨날 만큼 토마토가 큰 인기잖아요! ‘토마토 코어’의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작가님의 『토마토 컵라면』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토마토 코어’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무척 흥미롭긴 해요. 하나의 과일이 단순한 먹거리나 색감이 아니라, 이제는 어떤 정서와 미학을 대표하는 단어가 된 거잖아요. <토마토 컵라면>이 그 흐름 속에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우연의 겹침이라 생각합니다. 인기를 직접적으로 실감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사실 책을 많이 알리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약간의 부담감이 유지되는 중입니다. 모르는 이들에게 일기장을 공개하는 기분이랄까요. 그럼에도 실감하는 순간이 있다면 지인들에게 연락 받을 때 정도일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런 과일 소재는 자주 사용할 것 같아요.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맛과 색을 시로 옮기는 작업이 제 취향과도 잘 맞거든요. 과일은 늘 생생한 여름의 감각을 불러오니까요. 저 또한 차정은의 다음은 어떤 맛일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토마토 물산전 🛒
‘토마토 물산전’은 차정은 시인님의 『토마토 컵라면』 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된 프로젝트라 그런지 저희에겐 작가님의 인터뷰가 매우 뜻깊은데요. 이 시집에서 리에이크 매거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토마토 레시피’일 것 같아요. <토마토 컵라면>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시 중 하나에요. 토마토와 사랑을 쓰기로 결심한 후, ‘내가 사랑하는 토마토는 무엇을 담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고스란히 담아낸 시에요. 독자분들에게도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기록하는 것’이 얼마나 낭만적인지 전하고 싶습니다.

오는 9월 1일부터 14일까지 홍대 AK플라자에서 진행하는 ‘토마토 물산전’에서는 수많은 브랜드와 크리에이터들이 토마토를 주제로 다양한 물건들을 선보이는데요. 만약 ‘토마토 물산전’을 방문하신다면, 작가님께서는 어떤 토마토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고 싶은지 궁금해요.
저는 퍼퓸과 인센스같은 향과 관련된 물건을 고를 것 같아요. 작업을 할 때 향에 따라 공간이 금세 다른 분위기로 변하잖아요. 토마토에서 영감을 받은 향이라면 어떤 향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 향이 제 작업에도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인센스를 태울 때 종종 낮잠을 자기도 하는데, 토마토라는 소재가 더해지면 또 다른 낭만이 될 것 같아요.

9월 1일부터 14일까지,
AK플라자 홍대 2층에서 열리는
리에이크 <토마토 물산전> 에서 차정은 시인의 도서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리에이크 <토마토 물산전> 사전 신청하고,
차정은 시인의 시크릿 엽서를 받아가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