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물려주신 외투가 생각나네요. 제가 대학생일때, 아끼는 옷이라며 물려주신 이 니트같은 아우터는 지금봐도 세련되고 색이 바래도 너무 이쁜 짜임새를 가졌어요. 하지만 어린 마음에 새 옷을 입고 싶어 부모님이 살고 계신 본가에 두고 오게 됐죠.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할 나이가 되면서 다시 본가에 오게 되었고 짐을 정리하면서 아빠의 사진첩을 보게 됐어요. 우연히 본 그 곳에선 젊은 아버지가 계셨어요. 하얀 아우터를 입고 해맑게 웃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었죠.
그 때의 아버지 나이가 딱 지금의 제 나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 만감이 교차했어요. 아버지에게도 저와 같은 청춘이 있으셨겠죠. 그때의 아버지가 저에게 말을 걸면서 위로해주는 감정을 느끼게 됐고 그제서야 그 외투를 입을 수 있게 됐어요. 후리스와 니트의 조직 사이에 배겨있는 집냄새가 저를 감싸안아주며 위로해줄 때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어요. 그때의 기억과 감각을 잊지 못해요.
이젠 그 외투는 저의 토템이 되어 제가 힘들고, 인생에 대한 무력감을 느낄 때쯤 아버지의 외투를 보면서 아버지가 닦아주신 길을 묵묵하게 걸어나갈 힘을 얻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