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조부께서 어느 날 문득 금색 보자기에 싸서 쥐어주신 겨울 잠바입니다.
이 년 정도 전이었을까요.
겨울이 채 오기도 전,
외가댁에 가기만 하면 무얼 그리 손에 쥐어 돌려보내고 싶은 마음이 드시는지.
처음 보는 브랜드의 오버핏 디자인과 예스러움이
빈티지하고 마음에 들어 감사히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세월과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달려있던 택의 내용도 바래고 솜도 다 꺼졌지만,
날이 차가워지면 아무렇지 않게 꺼내 입을 때마다 종종 할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성인 남성인 제가 입어도 한참 남는 품의 옷이
과거 할아버지가 편히 입으셨었던 옷이라고 생각하면
늙어감을 마주하며 나보다 작고 왜소해 가는 할아버지의 품이
이만큼이나 넓고 컸구나 싶습니다.
이제는 방수의 기능도 방한의 기능도 뛰어나지 않지만
바스락거리는 겨울 잠바를 입을 때면
괜스레 포근한 기분이 듭니다.
겨울 잠바에 얼마나 긴 시간이 묻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할아버지의 아낌없이 주고 싶은 마음과
저의 낡고 예스러운 것을 애정 하는 마음을
이렇게 소중한 기억으로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오래도록 누군가의 곁에 남아주세요.
리에이크매거진도, 한림수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