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사탕 따위 좋아하지 않던 내가
혀끝이 싸한 박하향 스프레이 따위를 입에 뿌리는 게 습관이 된 이유가 무엇일까.
어느 겨울 아무 사이도 아닌 우리가 팔짱을 끼고 길을 걸을 때부터 났던 이 향은 아직도 하루 세 번 혀끝을 아리게 스쳐 지나간다.
아마 겨울이 시작될 무렵, 네가 습관처럼 던지던 말장난들이 내 머릿속에 맴돌아 너의 인스타그램을 수시로 들락거릴 쯤 이였다.
그날도 역시 술을 양껏 들이켜고 아무 사이도 아닌 우린 자연스레 팔짱을 끼고 난 너의 집 앞까지 데려다준다는 핑계로 길을 걷고 있었고
술도 먹었겠다 어떤 말을 해도 어색하지 않을 거 같다는 알콜의 속삭임에 난 바보같이 볼을 내밀며 뽀뽀나 해달라고 했다.
넌 날 빤히 쳐다보더니 내게 입술을 포개었고
그제야 술집을 나서며 네가 뿌려준 박하향 스프레이가 달콤하고 근사한 향이었단 걸 처음 알았다.
널 집에 데려다주고 나오는 길까지도 달착지근한 박하향은 사라질 줄 몰랐고, 다음날 네가 아무 기억 안 난다며 한마디 던질 때서야 비로소 내가 아는 싸한 박하향이 되었다.
그때 느낀 감정은 나 혼자 간직하기 아쉬워서일까,지금도 좋아하는 누군가와 밥을 먹고 술을 먹고 나올 때면 ‘아 해봐’라면서 절반도 채 남지 않은 박하향 스프레이를 뿌려주곤 한다.
내게는 혀끝이 아린 박하향이지만 내가 뿌려준 박하 향도 누군가에겐 달콤하고 근사한 향 이길 바래서, 나도 언젠가 다시 달콤한 박하 향을 맡고 싶기에.
내 주머니 속 한자리 차지한 자그마한 너 박하향 스프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