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의 낭만은 아무래도 나의 오래된 책상인 것 같습니다. 서울로 상경한 그 날, 이것만은 들고가야 한다며 초등학교 때부터 쓴 책상을 들고 왔어요.
책읽기와 글쓰는 걸 좋아하는 나는 어릴 적 밖에 나가 노는 친구들과는 달리, 이 책상과 둘도 없는 단짝이었거든요. 내가 적어내려가는 모든 이야기를 다 안아주던, 책 읽다 잠들어 엎어진 나를 따뜻하게 품어주던 그런 친구였어요.
내 눈물도, 자다 흘린 침도 전부 다 받아준 고마운 친구. 나를 집에 가고 싶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인 친구. 눈이오나 비가오나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친구.
벌써 함께한 지 10년이 훌쩍 넘은 터라, 손 때도 많이 타고, 나무의 결을 따라 모서리가 조금씩 갈라지고 있지만, 아직 이 친구를 보내줄 자신이 없어 함께 살고 있네요.
날이 춥다는 핑계로 테이블보도 사서 덮어주고,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너무 뜨겁다는 핑계로 자리도 바꿔주며, 그렇게 사이좋게 지내고 있어요.
고향을 떠나 처음 겪는 홀로 서기에 비틀대는 나날들 속, 날 외롭지 않게 해준 유일한 친구. 낯선 환경들 사이에 친숙한 사물 하나가 주는 안정감이 어찌나 고맙던지. 앞으로 이 친구와 10년은 더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오늘도 친구 등에 엎혀 일기를 써내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