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X, 구였던가.... 네가 내 지구였잖아. 네 얘기인가 싶으면 네 얘기가 맞아, 혁아.
처음 너랑 만날 때는 너무 행복했어. 푸릇했어. 그땐 봄이었고, 나무도 너도 나도 어렸으니까. 내가 헤어지자고 했던가? 사소한 이유에서 시작된 감정이 날 집어삼켜 결국은 헤어졌지 우리. 몇 달을 폐인처럼 살았어. 누가 보면 차인 사람으로 착각할만큼. 그러다 다시 너를 만났고, 놓치면 내 겨울은 춥다 못해 쓰릴 것 같아서 잡았어. 나를 살게 만들었던 건 너였거든.
내가 너라는 얇은 실오라기 붙잡고 버틸 때, 너는 내 플레이리스트를 네 추천곡들로 가득 차게 했고, 유독 겨울을 싫어했던 내게 나가자며 보채 끝끝내 코끝 시린 감각을 사랑하게 만들었고, 영원한 사랑은 존재할 수 없다 믿었던 내게 영원하리라- 는 느낌을 갖게 했어. 그런데 이번에는 네가 떠났잖아. 원망스럽기도 해. 갈 거면 빨리 가지 그랬어, 혁아. 내 모든 걸 네 것으로 바꾸고 가면 남겨진 나는 어떻게 해야 해?
혁아, 그래도 나는 너와의 시간이 무의미하지는 않아. 덕분에 노래의 진가를 알게 됐고, 겨울이 아름다운 걸 알게 됐고, 영원하리라 믿었던 기억들은 조각조각 모여 날 지탱하고 있거든. 참 다행이야. 내가 널 다시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 죽었으려나.
음악 플랫폼을 바꾸면서 네 추천곡은 다 사라졌어. 그저 데이터에 불과하지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 그중 딱 한 노래는 끝까지 멜로디가 귀에 맴돌더라. 너와 내가 다시 만나기 시작했을 때, '이거 너랑 나 같다'며 네가 알려 준 노래. 유독 어둡고 시리고 설렜던 그 겨울을 환하게 만들어 줬던.
Reunion (feat. B-Soap, The Quiett, Verbal Jint, Jo Hyun Ah) - Kri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