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즘 그 사람을 만났습니다.
능글맞지만 자존심은 센 그였죠.
그의 생일은 12월 26일, 크리스마스 다음 날이었어요.
운명의 장난인가, 크리스마스에 시작한 고백은
어느새 12시가 넘어 그의 생일날에 마치게 되었죠.
남 부럽지 않은 사랑을 했습니다.
허나 그와 제 지역의 거리는 두시간 반 정도 걸렸기에 자주 만나지 못 했었죠.
장거리에 지친 저는 이별을 고했지만 그는 울며 저를 붙잡았습니다.
헤어지자 말 한 뒤 그에게 온 전화를 받지 않아서 였을까요?
그때 전화를 받았다면 무언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네요.
다시 만나게 된 우리에게 변화점이란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 겨우 하나 있던 변화점이란 연락이 더욱 뜸해진 거였네요.
어쨌든 그렇게 우린 완벽한 이별을 하게 되었고
조금 더 참아볼 걸 하는 생각에 몇날 며칠을 울었습니다.
그 사람 이름만 나와도 제 눈에는 눈물이 고였고
그에게 몇 번의 고민 후 연락을 시도한 끝에 그도 제게 미련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결국 우리는 조금씩 다시 불을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제 실수였을까요?
그의 친구가 저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 친구에게 아무 생각 없이 했던 말이 그를 착각하게 만들어버린 것이었죠.
전부 제 실수였습니다.
그는 제게 등을 돌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몇 번에 연락 끝에 닿은 그의 한마디는
" 너 진짜 무서우니까 적당히 좀 해 "
.
.
.
저는 그 뒤로 연애를 한 번도 하지 못 했습니다.
잊혀지지 않는 그와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 하면
그가 제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을 잊지 못 한채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은
나에게도, 그 사람에게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연애는 꿈도 꾸지 못 하였습니다.
그의 생일이 다가오는 지금,
저의 마음은 조금씩 더 아파오기 시작하네요.
생일 축하한다고 보내면 또 무섭다는 답장이 올까요?
생일 날 그는 저를 한 번이라도 떠올릴까요?
다시 연락이 닿는다면, 미안하다고 고마웠다고 말을 전하고 싶네요.
최선을 다해 사랑했습니다.
사랑한 기억은 분명히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오래된 탓인가, 사랑했다는 증거가 남질 않았네요.
그를 다시 사랑하고 싶은 제 마음은 그저 욕심일까요?
만약 다시 사랑하게 된더라도 그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가 너무나도 보고싶은 밤,
얼마 전 꿈에 나와준 그가
다시 현실로 다가와줄 날을 기약하며
너 아닌 다른 사람은 사랑할 자신이 없다고
눈이 오면 같이 눈사람 만들자 했던 그 약속을
지키고 싶다고, 지키게 해달라고
오늘도 마음속으로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