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7년 전 일이지만 그다지 까마득하게 느껴지지는 않네요. 스무살 12월 23일, 며칠 전부터 저는 달력에 적어놨었어요 '끝'이라고. 꼭 헤어지는데에 큰 이유가 있지는 않더라구요 물리적으로 멀어진 거리에 서서히 마음의 거리도 멀어지게 된 것 같아요. 사랑하지 않는건 아니지만 이 관계를 마음 하나로 끌고가기엔 너무 어렸던거같아요 돌이켜보면. 아름다운 이별이 있겠냐만은 그냥 전화 한통으로 끝내기엔 2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허무하게 느껴지더라구요. 만나서 산책도하고 맛있는것도 먹고 영화도 보고 마지막엔 작은 노포에서 맥주도 마셨어요. 그 날 저는 최선을 다해서 곧 헤어지지 않을 사람처럼 굴었는데 그 사람은 오늘이 마지막라는걸 알고 있었대요. 곧 크리스마스임에도 불구하고 23일에 만나자고 했을 때 알고 있었대요. 웃기게도 23일이 되기 한달전부터 저는 눈물콧물을 다 뺐는데 그 자리에선 눈물 한방울이 안났어요 웃기죠. 그 사람이 보기엔 마음이 다 떠나보였겠네요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렇게 저는 남은 맥주를 다 마시고 또 아무렇지 않은척 우리가 헤어지는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지만 11시 50분이 되자마자 커플링을 테이블에 놓고 나왔어요. 24일에 헤어지면 10년 동안은 이브에 그사람 생각이 날까봐요. 근데 10분은 너무 적었는지 크리스마스 이브마다 아직 그 때 생각이 나네요ㅎㅎ 한달 뒤 1월에 잘지내라는 문자 한통, 그리고는 없었어요. 지금까지 어떻게 사는지조차 소식도 모르고 살고있습니다. 저는 평생 그 애 소식은 모르고 살고싶어요. 그 후로 그 애가 줬던 마음만큼 받아본적이 없어서 소식도 듣고 마주치라도하면 염치없이 다시 만나고싶어질까봐요. 열아홉 스물, 치기어린 첫사랑으로 남겨두고 저는 이번년을 마지막으로 훌훌 털고 일어나려고합니다 :)
에피톤프로젝트 - 첫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