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한 사랑‘이라는 말을 들으니 첫사랑과 함께 했던 겨울이 떠오르네요. 연애 한번 해보지 않았던 고2 시절, 아무것도 모르고 순수했던 저에게 자꾸만 떠오르고 보고 싶은 사람이 생겼습니다. 한참을 연락만 하다가 용기 내어 마음을 고백했고 그렇게 그 사람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한마디를 하기 위해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는지.. 제 마음을 받아줬던 그날의 기분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저는 야자가 끝나고 학교에서 집까지 20분 정도 버스를 타고 다녔습니다. 정류장에 도착해서 집까지 걸어가는 길에는 항상 그 사람이 제게 전화를 걸어주었죠. 짧게 통화하는 그 10분이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로 두세 정거장씩 일찍 내려 통화를 더 오래 하곤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추운 밤길을 어떻게 걸어갔나 싶기도 하네요. 그 사람과 함께 했던 그 해 크리스마스에는 눈이 참 많이 왔습니다. 정말 앞이 보이지도 않게 와서 밖을 돌아다닐 수가 없었죠. 그래서 카페에 갔었는데 그 카페 안에서 들었던 노래가 지금까지도 즐겨듣는 저의 인생 노래가 되었어요. 최유리의 ‘사랑’이라는 곡인데 가수의 따뜻한 목소리와 함께 너무나 공감되는 가사가 제 마음을 녹였던 기억이 납니다. 마치 제 마음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죠. 그때 당시 저는 너무 서툴렀고 뭘 해야 할지도 몰라서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만 있었어요. 그냥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좋아서 그저 멍하니 앞에 앉아만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바보 같고 후회가 남네요. 그래도 그것마저 잊지 못할 추억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최유리님의 노래를 들으면 너무나 서툴렀던, 그래서 더 아쉽고 돌아가고픈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난 꿈처럼 사랑할 때
모두 네게 멈추게 돼 있어
또 멍하니 한참을 보겠지
이게 나만의 사랑이야
난 사랑을 할게 내 모든 걸 다 줄게
난 아직 한참을 서툴러 그래
모르는 척 너도 날 사랑해’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따뜻한 온기로 그 추위를 이겨내시길 바라며
모두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